좋은 시

가을애가

시인묵객 2009. 11. 30. 23:42


 

 

 

 

가을애가 ./ .이 준 호

 

 

 

당신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눈부시게 높은 하늘을,

그리고 그 안에 춤을 추듯 흔들리는

마른 구름 조각들을,

또 멀리 내다보이는 철둑 길 사이로

꼬마 녀석들 몇 놈이 손을 잡고 건너는 모습을

 

당신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아주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 언덕 너머로 한없이 펼쳐진 황금의 물결을,

그리고 그 물결 안으로 스미는

이름 모를 농부의 땀방울을,

또 한가로이 나부끼는 산자락을 타고 오르는 바람을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오늘은 아주 의미 없는 언어라도

당신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밤에는 시냇물 소리가 너무 맑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말을

그래서 지금은 꾸벅꾸벅 졸고 있다는 말을,

내가 졸고 있는 사이 이 평온함이

깨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도

 

당신에게 모두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괜히

당신이 더욱 그립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당신을 한번 넣어 보고 싶습니다.

 

당신과 내가

이토록 한가로운 세상을 함께 했음 좋겠습니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의 시  (0) 2009.12.02
12월의 기도  (0) 2009.12.01
그리움의 편지  (0) 2009.11.2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마음의 우표로 부친 편지  (0) 2009.11.28
처음사랑  (0) 2009.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