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편지

시인묵객 2009. 11. 5. 09:40


 

 

 

 

 

 

 

가을 편지   /   이 효 녕

 

 

 

나뭇잎이 붉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그대에게 보낼 아름다운 편지를 씁니다

 

창문이 열린 커튼 속에 갇혀 있다가

푸른 하늘이 환하게 들어오는 시간

나뭇잎이 떨어져 내 마음에 남고

나뭇잎이 떨어져 가슴을 채우는 동안

원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

 

마른 풀잎 끝에 앉아

가슴 한편 가장 깊숙한 곳에 남긴 그리움

외로움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내 향긋한 들국화 이야기 옮깁니다

 

수 년 동안 내 가슴에서 과일로 익어간

가슴에서 다리로 묶인 숱한 언어들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시간을 넘어

오늘도 낙엽에다 편지를 씁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

석류알갱이 붉게 터지는 향기 속에

코스모스 몇 송이 하늘 속에 잠기는 날

진실한 말 한마디로 마음의 문을 열어

그대에게 가을 편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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