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내 사랑은

시인묵객 2009. 10. 8. 00:31


 

 

 

 

 

 

내 사랑은 / 김 용 택

 

 

 

내 사랑은

몇 번 허물어진 흙담이었네

한 방울 이슬도 안 되는 마른 안개였네

 

어딘가 쌓이는, 베어지지 않는

어둠 속의 칼질에

흩어지는 꽃잎이었네

 

여린 바람에도 넘어지는 가벼운 풀잎,

기댄 풀잎이 누워도 따라 누워버리는

마른 풀잎이었네

 

내 영혼은 어디에도 쉴 수 없는

한줄기 시내,

그 시냇물 속에 뜬 한 점의 구름

그 구름의 풀어지는 그림자였다네

 

때로 내 얼굴은 그런 그늘에도

묻어가 버리는 물기였다네

 

내 사랑은 한낮 뙤약볕 뜨거운 자갈밭에

맨발로 서서 보는

들패랭이 꽃,

그 꽃잎 떨어진 빈 꽃대

그 부근의 희뿌연 설움, 그런 배고픈 귀울음이었네

 

끝없이, 끝도 없이 사랑을 찾아 헤매다

다시 끝을 보는 끝에서

처음을 여는 배고픈 신새벽의 서리꽃

핀 나뭇가지에

웅크린 새였다네

 

나의 고향은 한때 바다였다네

몇 가지 색깔로 죽었다가

몇 가지 색깔로 다시 살아나는 바다

나는 어느 한 색깔로도 죽지 못하는 바다였다네

 

새벽 바다의 울음, 그런 가장 낮은 흐느낌

내 그리움은 가장 깊은 수심에서 일렁이는 물결

그런 숨막힘이었네

 

내 외로움은

풀어지는 안개

모래밭에 떨어지는

허망한 빗방울이었다네

 

아아, 내 사랑은

 

깨끗한 새벽하늘에

새벽을 가르고 와 내 이마를 때리는

서늘한 별빛

그런 칼날이고 싶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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