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사 랑

시인묵객 2009. 10. 6. 00:21



 

 

 

 

 

 

 

사 랑    /     정 호 승

 

 

 

 

 

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

 

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

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

 

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

모든 애인들이 끝끝내 지키는 깨끗한 눈물

 

오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날보다

원망하는 날들이 더 많았나니

 

창 밖에 가난한 등불 하나 내어 걸고

기다림 때문에 그대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대를 기다리나니

 

그대는 결국 침묵을 깨뜨리는 침묵

아무리 걸어가도 끝없는 새벽길

 

새벽 달빛 위에 앉아 있던 겨울 산

작은 나뭇가지 위에 잠들던 바다

 

우리가 사랑이가고 부르던 사막의 마지막 별빛

 

언젠가 내 가슴속 봄날에 피었던 흰 냉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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