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

시인묵객 2009. 9. 27. 15:28

 


 

 

 

 

 

 

 

 

가을   /   양 주 동

 

 

 

 

가 없는 빈들에 사람을 보내고

말없이 돌아서 한숨 지우는

젊으나 젊은 아낙네와 같이

가을은 애처러이 돌아옵니다

 

애타는 가슴을 풀 곳이 없어

옛뜰의 나무들 더위잡고서

차디찬 달 아래 목놓아 울 때에

나뭇잎은 누런 옷 입고 조상합니다

 

드높은 하늘에 구름은 개어

간 님의 해맑은 눈자위 같으나

수확이 끝난 거칠은 들에는

옛님의 자취 아득도 합니다

 

머나먼 생각에 꿈 못 이루는

밤은 깊어서 밤은 깊어서

창 밑에 귀뚜라미 섧이 웁니다

 

가을의 아낙네여, 외로운 이여 ...

 

 

 

<조선의 맥박>. 문예공론사.193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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