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당신과 나의 나무 한 그루

시인묵객 2008. 6. 11. 01:12


 

 

 

 

 

 

 

당신과 나의 나무 한 그루 /  도 종 환

 

 

 

 

 

 

노래가 끝나자 바람소리가 크게 오네요


열어둔 창으로 솨아 솨아 밀려오는 바람처럼


당신의 사랑은 끊임없이 제게 오네요


가늠할 수 없는 먼 거리에 있어도


나뭇잎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흔들리며


아주 가까이 당신의 사랑은 제게 와 있어요


어떤 날은 당신이 빗줄기로 나뭇잎을 하루종일 적시기도 하고


어떤 날은 거센 바람으로 이파리들을 꺾어 날리기도 하지만


그런 날 진종일 나도 함께 젖으며 있었고


잎을 따라 까마득하게 당신을 찾아 나서다


어두운 땅으로 쓰러져 내리기도 했어요


봄이 또 오고 여름이 가고


잔가지에 푸른 잎들 무성히 늘어


빈 가슴에 뿌릴 박고


당신의 하늘 언저리 더듬으며 자라는 나무 그늘에


오늘도 바람은 여전히 솨아 솨아 밀려오고


천둥이 치고 마른번개가 높은 나무 끝을 때려도

 

어둠 속에서 어린 과일들 소리 없이 크는


오래된 나무 한 그루를 사이에 두고


당신과 나의 사랑은 오늘도 이렇게 있어요.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뻐국새  (0) 2008.06.12
인생을 위한 기도  (0) 2008.06.11
당신이어서 참 좋았습니다  (0) 2008.06.10
네 가슴에 내려앉은 사랑  (0) 2008.06.10
누구든 떠나갈 때는  (0) 2008.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