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오월의 편지

시인묵객 2007. 5. 14. 09:19


 

 

 

오월의 편지      /   도종환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달 두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있는 그곳에도 봄이 오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사람을 사랑하여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생각을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

 

소리없이 흔들리는 붓꽃잎 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
오는이 가는이 눈치 채이지않게 또 하루를 보내고
돌아서는 저녁이면 저미는 가슴 빈 자리로
바람이 가득 가득 밀려옵니다

 

뜨거우면서도 그렇게 여린데가 많던
당신의 마음도 이런 저녁이면
바람을 몰고 가끔씩 이 땅을 다녀갑니까

 

저무는 하늘 낮 달처럼 내게 와 머물다
소리없이 돌아가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 나누기  (0) 2007.05.16
그대는 봄 인가요...  (0) 2007.05.15
어머니  (0) 2007.05.13
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0) 2007.05.12
우리서로  (0) 2007.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