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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의 가을을 노래하며

시인묵객 2010. 11. 9. 14:19


 

 

 

 

 

 

지천명의 가을을 노래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막연히 놓아 줄 때에

하얀 목련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울지 말라고 위로해 주는 듯하였지

진달래꽃이 붉게 물들며 수줍어 하길래

뺨에 입맞춤 한번 해 드리지 못하고 그렇게 보낸 어머니

그 하얀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던 날

50의 봄이었다.

 

안개가 나지막한 새벽

푸른 숲 속에서도 시야가 뿌옇던 날

우연히 문을 두드린 곳

내 소녀 시절 붉은 벽돌에 햇살 비추이던 꿈의 집

잊어 버렸던 소중한 기억들을 꺼내며

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던 시간

50의 여름이었다.

 

작은 민들레꽃의 기적에 놀래면서

그 영토는 어디쯤일까 더듬거렸다.

시를 쓰고 싶어 단풍잎과 은행잎을 주어면서

마음은 대양을 넘어 집시처럼 흐르고

10월의 멋진 날 노래에 흠뻑 취해

가슴 시리게 쳐다본 가을 하늘

고흐의 구름도 깃털처럼 날리고

달리의 흐느적거리는 시계도 멈춘 것 같은

50의 가을이었다

 

눈송이 날리는 겨울 강가에서

침묵으로 흐르는 깊은 강의 소리는

사랑의 노래였음을 알았지

하늘로 날아 오르는 겨울새들의 날개 짓에

고혹적인 목소리 어디선가 들리면

이제는 외롭지 않다고 

아름다움에 눈물 흘리던 명목의 계절

50의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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