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죽지 않는 꽃/ 오정자

시인묵객 2016. 5. 8. 08:00

 

 

 

 

 

 

죽지 않는 꽃/ 오정자

 

여덟 살 조막손 잡고 교문에 들어서던

엄마도 여덟 살이었다

 

만국기 펄럭이는 하늘 아래

호루라기 소리에 놀라 정신없이 뛰다가

퍼억 엎어져 작은 무릎이 깨졌을 때

엄마는 딸기밭 고랑처럼 붉은 물을 흘렸다

 

툭하면 앓던 앙바틈한 계집애

억척스레 엎고 조퇴라도 시키던

엄마는 개근상을 무지 좋아했다

 

살다가 게 걸음질 쳐

아닌 샛길로 영 사라지려던 여자

한없이 한 자리에 주저앉히던

엄마는 보봐르도 신사임당도 아니었다

 

엄마가 되고서야 20년이나 흘러서야

엄마를 제대로 생각 한다

곁에 두고 오래 그리워 한다

영원성을 두고 불러도 간격 없을

하나의 이름으로 부른다

 

여자이기 전, 인간이기 전, 아니

그 이후로 더 고귀하고 순결해진

어머니 어머니 나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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