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농가월령가 / 10월령

시인묵객 2015. 10. 27. 08:00

 

 

 

 

 

 

농가월령가 / 10월

 

十月은 孟冬이라 立冬 小雪절기로다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정히 씻어 함담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두리요 바탕이 항아리라

양지에 가가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박이무 알암말도 얼잖게 간수하소

우리집 부녀들아 겨울 옷 지었느냐

술 빗고 떡하여라 講信날 가까웠다

술 꺾어 단자하고 메일 앗아 국수 하고

소 잡고 돌 잡으니 음식이 풍비하다

들마당에 차일 치고 동네 모아 자리 포진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각각 하소

 

10월령

 

[1]

시월은 초겨울이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끝났구나. 남의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먼저 하세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 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조기 김치 장아찌라 독 옆에 중두리요 바탱이 항아리라

양지에 움막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장다리 무 아람 한 말 수월찮게 간수하소.

방고래 청소하고 바람벽 매흙 바르기 창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울타리 치고 외양간에 거적 치고 깍짓동 묶어세우고 땔나무 쌓아 두소.

우리 집 부녀들아 겨울옷 지었느냐 술 빚고 떡 하여라. 강신날 가까웠다.

꿀 꺾어 단자하고 메밀 찧어 국수 하소 소 잡고 돼지 잡으니 음식이 널렸구나.

 

[2]

들 마당에 천막 치고 동네 사람 모여 앉아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따로 하소

풍물패 불러오니 광대가 줄무지라 북 치고 피리 부니 솜씨가 제법이구나.

이풍헌 김첨지는 잔소리 끝에 취해 쓰러지고 최권농 강약정은 체괄이 춤을 춘다.

잔 들어 올릴 때에 동장님 높이 앉아 잔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 보소

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 뉘 덕인가 하늘 은혜 그지없고 임금 은혜 끝이 없다

다행히 풍년 만나 굶주림을 벗어났구나. 향약은 아니라도 마을 규약 없을 소냐.

효제충신 대강 알아 도리를 잃지 마소

 

[3]

사람의 자식 되어 부모 은혜 모를 소냐. 자식을 길러 보면 그제야 깨달으리.

온갖 고생 길러 내어 결혼을 시켰는데 제 혼자만 생각하여 부모 봉양 잊을 소냐.

기운이 없어지면 바라느니 젊은이라 옷 음식 잠자리를 정성껏 살펴 드려

어쩌다가 병나실까 밤낮으로 잊지 마소 섭섭한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때에

삐죽거려 대답 말고 좋은 얼굴 하여 보소 들어온 지어미는 남편의 행동 보아

그대로 따라 하니 보는 데 조심 하소 형제는 한 기운이 두 몸에 나눴으니

귀중하고 사랑함이 부모의 다음이라 간격 없이 합치고 네 것 내 것 따지지 마소

남남끼리 모인 동서 틈나서 하는 말을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자연히 따르리니

 

[4]

몸가짐에 먼저 할 일 공손함이 첫째이니 내 부모만 공경하고 남의 어른 다를 소냐.

말씀을 조심하여 인사를 잃지 마소 하물며 위아래 도리 높낮음이 분명하다

내 도리 다하면 잘못 짓지 않으리니 임금의 백성 되어 은덕으로 살아가니

거미 같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 볼까 갚아야 될 환곡이 그 무엇 많다 할꼬

기한 전에 바쳐야 사람 구실 한 것이라 하물며 전답 세금 토지 따라 나눠 내니

생산량을 생각하면 십일세도 못 되나니 그러나 굶주리면 재해로 줄여 주니

이런 일 잘 알면 세금 내기 거부할까

 

[5]

한 동네 몇 집에 여러 성씨 모여 사니 서로 믿지 아니하면 화목할 수 없으니

결혼을 서로 돕고 장례를 보살피며 어려울 때 도와주고 필요할 때 꾸어 주어

나보다 잘 사는 이 욕심내어 시비 말고 그중에도 외로운 이 특별히 구휼하소.

정해진 자기 복 억지로 못 바꾸니 자네들 분수 알고 내 말을 잊지 마소

이대로 살아가면 딴 생각 아니 나리 주색잡기 하는 사람 처음부터 그랬을까

우연히 잘 못 들어 한 번 하고 두 번 하면 마음이 방탕하여 그칠 줄 모르나니

자네들 조심하여 적은 허물 짓지 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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