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작은 이름 하나라도/ 이기철

시인묵객 2015. 8. 12. 08:00

 

 

 

작은 이름 하나라도 / 이 기 철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 만큼 아파 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안다.

 

내 한때 너무 멀어서 못 만난 허무

너무 낯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세상은 적이 아니라고

고통도 쓰다듬으면 보석이 된다고

나는 얼마나 오래 악보 없는

노래로 불러왔던가.

 

이 세상 가장 여린 것, 가장 작은 것

이름만 불러도 눈물겨운 것

그들이 내 친구라고

나는 얼마나 오래 여린말로 노래했던가

 

내 걸어갈 동안은 세상은 나의 벗

내 수첩에 기록되어 있는 모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이름들

그들 위해 나는 오늘도 한 술 밥,

한 쌍 수저 식탁 위에 올린다.

 

잊혀 지면 안식이 되고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되는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를 위해

내 쌀 씻어 놀 같은 저녁밥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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