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사람이 그리운 날 / 강 초 선

시인묵객 2015. 5. 26. 19:30

 

 

 

 

 

사람이 그리운 날 / 강 초 선

 

 

마음 지독히 흐린 날

누군가에게 받고 싶은

한 다발의 꽃처럼

 

목적 없이 떠난

시골 간이역에 내리면

손 흔들어 기다려 줄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 우체통같이

내 그리운 마음

언제나 담을 수 있는

흙내음 풀냄새가 아름다운 사람

그런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참 좋겠다.

 

하늘 지독히 젖는 날

출렁이는 와인처럼

투명한 소주처럼 취하고 싶은

오솔길을 들면 기다린 듯

 

마중하는 패랭이꽃 같은

제비꽃 같은 작은 미소를 가진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 빈 의자처럼

내 영혼의 허기 언제나 쉴 수 있는

등대 같은 섬 같은 가슴이 넉넉한 사람

그런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참 좋겠다.

 

(·시인,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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