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기다림의 나무

시인묵객 2014. 5. 3. 19:30

 

 

 

기다림의 나무 / 이 정 하

 

 

내가 한 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가는 그대는 바람이었네.

 

세월은 덧없이 흘러 그대얼굴이 잊혀 갈 때쯤

그대 떠나간 자리에

나는 한그루 나무가 되어 그대를 기다리리.

 

눈이 내리면 늘 빈약한 가슴으로 다가오는 그대.

잊혀진 추억들이 눈발 속에 흩날려도

아직은 황량한 그곳에

홀로 서서 잠 못 들던 숱한 밤의 노래를 부르리라.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어둠 속에

서글펐던 지난날의 노래를 부르리라.

 

내가 한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간 그대는 바람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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