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내 마음의 남단 / 김 계반
손잡이를 떼어버린 문짝처럼 절벽으로 문을 닫아 건 섬
거칠 것 없이 달려오는 바람을 야윈 손가락으로 막는
풀잎들 사이사이얼굴 내미는 꽃
이마를 낮추어 엎드리고서야 말갛게 눈 맞추고는
살래살래 고개 젓는 것이 가라고 그냥 흘러가라고
그리움으로 해안을 넘는 폭풍도 내 마음에서 팔랑인 나비효과려니
저문바다는 캄캄한 시간을 또 얼마나 저 홀로 출렁였겠느냐
가슴에다 묻은 이별이 지금은 돌멩이로 흩어져있는 애장 터
집도 사람도 낮게 엎드려 바다만 바라보는 섬
사랑이란 대체로 몰랐던 때보다 더욱 낯선 눈빛이었거니
은발이 성글어지는 갈대숲에서 누겁다생累劫多生의 때를 씻고
언덕바지 풀밭 보일 듯 말 듯 작은 꽃낯으로 몇 생이라도 피고지고
망망대해 거북이 등짝만한 섬
마라도는 젊음의 항해 끝에 닿는 방황의 마침표 같은 섬이다
- 김 계 반 -
대구 출생
2009년《시선》신인상 수상
시집으로 『대숲에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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