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살아가는 일이 힘이 들거든

시인묵객 2013. 4. 26. 19:30

 

 

 

살아가는 일이 힘이 들거든 / 최 광 림

 

 

살아가는 일이

힘들고 지치거든

창밖을 내다 볼일이다

 

흘러가는 구름이나

이름 모를 풀꽃들에게 눈길도 주어보고

지극히 낮은 보폭으로

바람이 전하는 말을

다소곳이 되뇌어도 볼일이다

 

우주가 넓다고는 하지만

손 하나로도 가릴 수 있어,

그 손에 우주를 쥘 수도 있어

마음의 눈을 열면

세상은 온통 환희요 축복이다

 

마냥 가슴을 옥죄어 오듯

끓어오르는 설움이 불질하거든

실낱같은 그리움도 훌훌 털어

굽이치는 강물에 부려도 보고

 

어쩌다 허전한 날은

문설주에 귀 대고

낮달의 낮은 음계를 헤아려도 볼일이여,

 

비움으로서 넉넉해지고

소실로서 아름다울 수 있는

그대 가슴에 점 하나 찍어 둘 일이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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