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에서 쓴 편지 / 최 정 신
누구라도 모슬포에 오시거든
서글펐던 추억 같은 건 들춰내지 마세요
모슬 모슬 오르는 물안개에 숨어
온 몸에 천형처럼
가시못을 박은 가시악이 흘린 눈물
뒤척이는 파도만큼 서러웠을라나요
어화(漁花)가 만개한 포구, 산발한
봄비에 기억이 젖어
몹쓸 이름 모래 속에 뭉개노라면
가버린 사랑 지 까지게
뭐 그리 큰 슬픔이었겠어요.
모슬 포구 현무암, 그도
마라도 같은 그리움 숭숭한 가슴에 품고
오죽하면 숯덩이처럼 타버렸겠냐며
한 점 풍경이 되어 울먹입디다.
어디 나긋나긋 쉬운 사랑이
속 깊은 사랑이겠냐며
저물지 않는 사람일 있겠냐며
진종일 방파제에게 말을 거는 갯바람
자꾸만 등을 토닥여줍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