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이 봄의 축제

시인묵객 2013. 3. 20. 19:30

 

 

 

이 봄의 축제 / 김 종 해

 

 

그대 여기에 계시지 아니하나

그대 뜻에 따라

이 봄에 풀잎은 일어서고

꽃들은 하늘에다 오색 종이를 날린다

 

일어선 풀잎 하나만 보아도

눈물 나는 이 봄에

황사는 자욱하게 하늘을 가리고

일어서라일어서라일어서라고

누가 외치지 않아도

저 하찮은 들꽃들마저 일어서서

하늘에다 오색 등불을 매단다

 

嚴冬에 엎드려 숨죽이던 것들아

척박한 황지에 뿌리내린 쑥맥들아

누가 오늘의 이 축제를 숨어서 구경하랴

 

그대 여기에 계시지 아니하나

그대 뜻에 따라

이 봄에 나도 풀잎으로 일어서서

황사 흩날리는 하늘에다 새를 날린다

 

아아, 이름을 짓지 않은 한 마리의 새를!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 나무가 되고 싶었다.  (0) 2013.03.22
가슴에 뜨는 별  (0) 2013.03.21
초봄의 귀밑머리  (0) 2013.03.19
봄날, 사랑의 기도  (0) 2013.03.18
봄 편지  (0) 2013.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