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시인묵객 2013. 3. 4. 19:30

 

 

 

 

꽃 /  이 육 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방울 나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한 약속이여

한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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