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하늘에 쓰네

시인묵객 2013. 2. 21. 19:30

 

 

 

 

하늘에 쓰네 / 고 정 희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하늘에 쓰네

 

내 먼저 그대를 사랑함은

더 나중의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내 나중까지 그대를 사랑함은

그대보다 더 먼저 즐거움의 싹을 땄기 때문이리니

 

가슴 속 천봉에 눈물 젖은 사람이여

억조창생 물굽이에 달뜨는 사람이여

끝남이 없으니 시작도 없는 곳

시작이 없으니 멈춤 또한 없는 곳,

 

수련꽃만 희게 흔들리는 연못가에

오늘은 봉래산 학수레 날아와

하늘 난간에 적상포 걸어놓고

달나라 광한전 죽지사

열 두 대의 비파에 실으니

천산의 매화향이 이와 같으랴

 

수묵색 그리움 만리를 적시도다

만리에 서린 사랑 오악을 감싸도다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동트는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해지는 하늘에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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