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시인묵객 2012. 11. 7. 19:30

 

 

 

 

 

길 / 변 준 석

 

 

 

산과 산 사이에

들과 들 사이에

길은 있다

 

강을 가로질러

이쪽과 저쪽에

길은 있다

 

길은 기뻐하거나

성내지 않고

길은 누워서

게으르지 않다

 

길은 가로수와

패랭이꽃을 키우고

인간을 키운다

산모롱이를 돌아

평화를 전한다

 

길은 뻗어서

멈추지 않고

나뉘어져

막히는 법이 없다

 

뻗고 나뉘어져

사랑으로 이 세상을 이룬다

쓸쓸한 시대의 새벽길을 걸으며

문득 나도

한 줄기 길이 되고 싶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고운 실핏줄로 눕고 싶다

 

 

 

(·시인,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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