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 노래 /이해인

시인묵객 2012. 10. 23. 19:30

 

 

 

가을 노래 / 이 해 인

 

하늘은 높아 가고

마음은 깊어 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을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 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네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웅큼의 시(詩)들을 쏟아 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 가고

기도는 깊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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