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종례 시간

시인묵객 2012. 8. 7. 19:30

 

 

 

 

 

종례 시간 / 도 종 환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지 말고

코스모스 갸웃갸웃 얼굴 내밀며 손 흔들거든

너희도 코스모스에게 손 흔들어주며 가거라

 

쉴 곳 만들어주는 나무들

한 번씩 안아주고 가라

머리털 하얗게 셀 때까지 아무도 벗 해주지 않던

강아지풀 말동무 해주다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만질 수도 없고 향기도 나지 않는 공간에 빠져 있지 말고

구름이 하늘에다 그린 크고 넓은 화폭 옆에

너희가 좋아하는 짐승들도 그려 넣고

바람이 해바라기에게 그러듯

과꽃 분꽃에 입 맞추다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방안에 갇혀 있지 말고

잘 자란 볏 잎 머리칼도 쓰다듬고 가고

송사리 피라미 너희 발 간질이거든

너희도 개울물 허리에 간지럼 먹다가 가거라

잠자리처럼 양팔 날개 하여

고추밭에 노을 지는 하늘 쪽으로 날아가다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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