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다시 첫사랑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시인묵객 2012. 1. 9. 19:30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 장 석 주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 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 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 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 주고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 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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