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국화가 되는 것은

시인묵객 2011. 11. 28. 19:30

 

 

 

 

 

 

 

 

 

국화가 되는 것은 / 길 상 호

 

 

 

바람 차가운 날

국화가 되는 것은,

한 잎 한 잎 꽃잎을

펼 때마다 품고 있던 향기

 

 

날 실로 뽑아

바람의 가닥에 엮어 내내는 것은,

생의 희망을 접고

떠도는 벌을 불러 모으기 위함이다.

 

 

그 여린 날개 짓에

한 모금의 달콤함 기억을

남겨주려는 이유에서이다.

 

 

그리하여 마당 한 편에

햇빛처럼 밝은 꽃들이 피어 지금은 윙윙거리는

저 소리들로 다시 살아 오르는 오후,

 

 

저마다 누런 잎을 접으면서도

억척스럽게 국화가 피는 것은

아직 접어서는 안 될 작은 날개들이

저마다의 가슴에 움트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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