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되는 것은 / 길 상 호
바람 차가운 날
국화가 되는 것은,
한 잎 한 잎 꽃잎을
펼 때마다 품고 있던 향기
날 실로 뽑아
바람의 가닥에 엮어 내내는 것은,
생의 희망을 접고
떠도는 벌을 불러 모으기 위함이다.
그 여린 날개 짓에
한 모금의 달콤함 기억을
남겨주려는 이유에서이다.
그리하여 마당 한 편에
햇빛처럼 밝은 꽃들이 피어 지금은 윙윙거리는
저 소리들로 다시 살아 오르는 오후,
저마다 누런 잎을 접으면서도
억척스럽게 국화가 피는 것은
아직 접어서는 안 될 작은 날개들이
저마다의 가슴에 움트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