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포 / 김 순 화
사는 일 힘들고 외로워질 때는
청사포 바닷가에 가고 싶다
불타는 조개구이 집이 있고
남은 생을 태워 조개를
구워주는 아낙이 있는 바닷가
동행할 이 없으면 어떠랴
색색의 물꽃 피는 바다와 마주 앉아
잘 구워진 조개를 먹는 일
혼자서라도 즐기고 싶다
그래, 파도 주도
한 모금 따라 마셔야지
남들은 여자가 그것도 혼자서
웬 소주냐고 흉보겠지만
술잔에 담긴 것은 분명 파도
뜨거운 연탄불에 자작자작 구워지는
조개구이 안주 삼아
지친 나를 위로하며 한 모금
그런 나에게 답하여 또 한 모금
그러다 취하면 또 어떠랴
움켜쥐면 그럴수록 줄줄 새나가는
생이란
결국 모래 몇 알로 서걱이는 것
힘들었던 날 외로웠던 시간
모두 바다에 던져버리고 나도
바다처럼 취해 출렁거리다보면
마른 모래알 같은 생
더는 서럽지 않으리니
물기 하나 없는 건조한 가슴에도
싱싱하게 푸른 바닷물
한 뼘 한 뼘 적시며 차오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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