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청사포

시인묵객 2011. 8. 22. 16:36

 

 

 

 

 

 

 

청사포 / 김 순 화

 

 

 

사는 일 힘들고 외로워질 때는

청사포 바닷가에 가고 싶다

불타는 조개구이 집이 있고

 

남은 생을 태워 조개를

구워주는 아낙이 있는 바닷가

동행할 이 없으면 어떠랴

 

색색의 물꽃 피는 바다와 마주 앉아

잘 구워진 조개를 먹는 일

혼자서라도 즐기고 싶다

 

그래, 파도 주도

한 모금 따라 마셔야지

남들은 여자가 그것도 혼자서

웬 소주냐고 흉보겠지만

술잔에 담긴 것은 분명 파도

 

뜨거운 연탄불에 자작자작 구워지는

조개구이 안주 삼아

지친 나를 위로하며 한 모금

그런 나에게 답하여 또 한 모금

그러다 취하면 또 어떠랴

 

움켜쥐면 그럴수록 줄줄 새나가는

생이란

결국 모래 몇 알로 서걱이는 것

힘들었던 날 외로웠던 시간

 

모두 바다에 던져버리고 나도

바다처럼 취해 출렁거리다보면

마른 모래알 같은 생

더는 서럽지 않으리니

 

물기 하나 없는 건조한 가슴에도

싱싱하게 푸른 바닷물

한 뼘 한 뼘 적시며 차오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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