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바다의 마음은 들꽃처럼

시인묵객 2011. 8. 2. 18:17

 

 

 

 

 

 

 

바다의 마음으로 들꽃처럼  / 권 혜 진

 

 

 

가슴 푸르게 시린 날에는

시려서 눈물 나는 날에는....

속 깊은 바다에 가고 싶다.

가서 바다가 되고 싶다.

 

쉽게 성내지 않는 바다에게서

넓고 푸른 가슴이 되는 법을 배우고 싶다

내면 가득 눈부신 해초를 키우며

바다의 마음으로 넘실거리고 싶다.

 

계곡을 흘러온 맑은 물은

싱그러움을 이야기하고

시골 논배미 옆 도랑물은 흘러와

농부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각기 다른 삶의 노래가 어우러져 하나 되는 곳

 

고향마을 앞개울은 어디쯤에서

황톳빛 향기를 토해내고 있는지...

하수구를 거쳐 흘러온 물이

악취를 토하며 울먹일 때

 

지나치게 맑은 가슴으로는

생명을 키워낼 수 없는 법이라며

온화하고 부드럽게 어루만져줄 수 있는

너그럽고 포용력 있는 바다의 마음이 되고 싶다.

 

바다의 마음이 되어 숲으로 돌아오면

숨어서도 행복한 들꽃으로 살아가리라.

 

 

( 권혜진 시집 <괜찮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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