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고향 길

시인묵객 2011. 6. 2. 14:43

 

 

 

 

 

 

 

 

고 향 길     /  신 경 림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아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 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마시고

 

가위소리 요란한 엿장수되어

 

고추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감석 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 좋아하던 고무신집 딸아이가

 

수틀 끼고 앉았던 가겟방도 피하려네

 

 

 

 

두엄더미 수북한 쇠전마당을

 

금줄기 찾는 허망한 금전꾼되어

 

초저녁 하얀 달 보며 거닐려네

 

 

 

장국밥으로 깊은 허기를 채우고

 

읍내로 가는 버스에 오르려네

 

 

쫓기듯 도망치듯 살아온 이에게만

 

삶은 때로 애닯기만 하리

 

 

 

긴 능선 검은 하늘에 박힌 별 보며

 

길 잘못 든 나그네되어 떠나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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