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에 서 있는 바람 / 마 종 기
한 세월 멀리 걷돌다 돌아와 보니
너는 떠날 때 손 흔들던
그 바람 이었구나
새벽 두 시도 대낮같이 밝은
쓸쓸한 북해와 노르웨이가 만나는 곳
오가는 사람도 없어 잠들어가는
작고 늙은 땅에 손금처럼 남아
기울어진 나그네 되어 서 있는 길목들.
떠나버린 줄만 알았던 네가 일어나
가벼운 몸으로 손을 잡을 줄이야.
바람은 흐느끼는 부활인가,
추억인가.
떠돌며 힘들게 살아온 탓인지
아침이 되어서야 이슬에 젖는 바람의 잎.
무모한 생애의 고장 난 신호등이
나이도 잊은 채 목 쉰 노래를 부른다.
두고 온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바람이 늘 흐느낀다는 마을.
이 길목에 와서야 겨우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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