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서 / 유 안 진
바람 부는 거리로 뛰쳐나가서
흔들리며 헝클리며 때 묻히고 싶다
꽃이 지는 가지 아래 붉게 죽어서
떨어진 꽃의 자취가 되고 싶다
고백성사보다 더 성스러운 고백을 편지 쓰며
편지 한 장에다 생애를 맡길 만치
순수해지고 싶다
어리석어지고 싶다
인생이란 그것을 모르면서 울어 온 세월
알게 모르게 누려온 축복과 굴욕에
눈물겹게 고마운 불행에
초라한 보답으로 쓰는 글줄도
나의 시대 모든 걸 통째로 부정하는
천장도 바닥도 없는 오만인 줄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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