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언덕 / 이수익

시인묵객 2017. 11. 1. 08:00

 

 

 

 

가을 언덕   / 이 수 익

 

 

 

 

마른 언덕에 불을 지른다.
울고 싶은 가을날에 불을 지른다.

님은 가고 풀은 시들어
언덕이 서러워 불을 지른다.

 

바람에 날리어라 이 불길은
내 회오(悔悟)의 눈물자국 마를 때까지
타거라 소리 없이 마른 풀잎은
내 사랑도 그렇게 가버렸으니

마른 언덕에 불을 지른다.

울고 싶은 가을날에 불을 지른다.
타고나면 아아 그때서야 맑게 개일
나의 영혼 그리고 우리들의 결별(訣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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