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찔레

시인묵객 2010. 9. 6. 18:31


 

 

 

 

 

 

 

 

찔레   /    문 정 희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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