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마을의 주소는 바람이다 / 신 영 조
바람 속에는 유목민이 산다.
유목민의 기타 줄이 텐트에 기대어 산다.
텐트 속 낡은 옷자락마을이 햇살 아래 나이를 먹는 오후가 산다.
오후가 허밍 음으로 손을 내미는 저녁 속에 먼바다가 산다.
표류하지 않으려 파도를 돛 삼아 마음을 반쯤 잠그는 섬이
노을 옆에 엎드려 산다.
이런 내력을 적시는 파도마을에서 흠씬
온 몸을 피리로 부는 노을이 고개 숙이며 산다.
고개 들어 나를 보라고 손 내미는 별 마을이
바늘 귀 작은 강 옆에 살그머니 산다.
강물의 발목을 끌어당긴 별은 잊지 못하여
녹을 수 없는 눈길마을을 이루며 오래도록 산다.
차암 하얗게 헤어져 살다가
은하수는 제가 살아온 마을도 지우고
그 마을 속에 살아온 날들도 지운다.
마침내 제 몸도 지워버려 마침표로 생을 찍고 마는
모래마을 옆에 별똥별도 산다.
이 모든 마을의 주소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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