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옥수수 밭에 당신을 묻고

시인묵객 2010. 2. 18. 17:34

 

 

 

 

 

 

 

 

 

옥수수 밭 옆에 당신을 묻고 / 도 종 환

 

 

견우 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땅에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 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 나눠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시집 <접시꽃 당신>(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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