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 들꽃

시인묵객 2009. 12. 10. 09:55


 

 

 

 

 

 

 

가 을 들 꽃   /  차  영 섭

 

 

 

너의 이름을 부를 수 없어

난 시인이 아니야

 

어쩜, 넌 이름이 없어

더 아름다운지도 몰라

 

열매 같은 꽃

꽃 같은 열매.

 

모두 기력 잃고 쓰러져가는 마당에

가냘픈 몸매 어디서

저런 기운 솟아나는 걸까

 

아롱아롱 당당한 기상 아름다워라

벌 나비도 떠나가고

가끔씩 찾아드는 바람만이 친구일 뿐

 

아무도 없는 쓸쓸함,

그 쓸쓸함으로 가을 들녘을 살린다

 

밤 하늘은 별이 있어 잠들지 않고

푸른 바다는 갈매기 있어 살아있는 것처럼,

 

지난 밤 찬 공기에 더 맑아져 순결해진 꽃옷

꽃이라 피어서 행복해 하는

초췌한 얼굴들, 그리고 초혼.

 

마냥 그 자리에서

때 되면 피고 지는 작은 그리움들

 

이제 널 꽃이라 부를 수 있어

나도 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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