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그리운 날은 / 장 남 제
고향이 그리운 날은
식탁에 앉아
들창 밖 가랑비 소리만 들어도
동구밖 돌팍처럼 굳어버린 가슴
가만가만 젖어옵니다
앞산, 싸리순 위로도
뒷산, 너른 갈잎 위로도
마을앞 무논을 지난 가랑비가
가랑가랑 밟고 지나가고
안개는 가만가만 허리를 감아옵니다
조상 대대로 물려 내려온
찌그러진 양푼 같은 무논에서
물꼬를 지키던 어린 두루미
벼잎처럼 푸른, 그 꿈을 메고
홀연히 도회로 날아가던 날은
동구밖 널찍한 돌팍 위에
함박눈이 갈팡질팡 내리더니
무논은 설국의 전설이 되었고
고향이 그리운 날은
물국수를 놓고도
굳어가는 가슴팍에 가랑가랑 내리는 가랑비
굵어진 빗방울로 뚝뚝, 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