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바다로 보낸 편지

시인묵객 2009. 3. 17. 09:21


 

 

 

 

 

 

 

바다로 보낸 편지       /      최  옥

 

 

 

 

 

당신 가슴에 쏟았던 내 숨결 그대로 두고 갑니다
다시 바다로 돌아가면 그만인 것을요
어쩔 수 없는 나만의 바다인가 봅니다
한세상 따로 살아 온 당신과 나의 숨결

 

그 바다에 잠시 내려놓고 싶었지만
당신은 모르겠지요 나, 얼마나 많은 말들을
갖고 있었는지, 당신 가슴에다
긴 머리카락 날리며 얼마나 재잘대고 싶었는지
바다의 출렁거림이 나의 기다림이고
설레임이었다는 거 당신 모르겠지요

 

낯선 도시의 회색빛 담벼락을
한순간에 휘돌아가던 바람처럼 사랑이 지나갔을 때
머물수 있는 건 세상에 없음을 알았습니다
약간의 쓸쓸함을 바다에 보태고 돌아설 때
내 차가운 등을 안아주던 바람속에서
비밀스런 한 순간을 고이 간직했습니다

 

기대고 싶던 당신 어깨 당신 가슴을 다시 그리워하며
내 삶에는 얼만큼의 그리움이 남았을까 헤아려 봅니다
한동안 상실감에 몸부림치겠지만
다시는 그 바다로부터 바람 불어오지 않을테고
당신, 이제는 내게 사랑을 말하지 않겠지요
내가 날 사랑하는 것만이 그리운 당신을 잊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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