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봄의 기도

시인묵객 2009. 3. 10. 10:11


 

 

 

 

 

 

 

봄의 기도    / 양 현  근    

 

 


이 봄에는 가난한 이들의 골목골목마다

따뜻한 소식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빈 둥지마다 맑은 심지 돋우며

별들이 실하게 차오르고

외롭고 힘든 일들로 밤이면 밤마다

가슴에 비질하는 이들에게

푸른 새벽이 부리나케 달려갔으면 좋겠습니다

 

벌판을 지나온 그림자들이

아직은 추운 하늘에서 비척일 때

또박또박 눌러쓴 편지들이

따뜻한 날들의 희망을 들먹거리고

추신을 덧붙인 사연들이

서로의 젖은 어깨에 당도해서

고운 노래가 되는 그런 날들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봄에는

젖은 발자국과도 운명처럼 어울려

꽃처럼 한 세상 터져우는 그런 사랑

그런 손해보는 사랑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하루 종일 그리움만 돋아나고 있습니다

기도하는 동안 풍경이 한 자나 더 깊어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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