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봄 편지

시인묵객 2009. 2. 10. 17:59


 

 

 

 

 

봄 편지   /    이 효 녕
 

 

 

세상 넓은 줄 모르고

연약한 푸른 싹 위에 올라타는 아지랑이

얼어버린 마음 녹여 놓고 

햇살 따라 강물로 흐릅니다
 

흐르는 강물 바라보며

내 마음 자락 젖기 전 

가장 일찍 나온 풀잎 위에 

봄 편지를 씁니다 

 
앞질러 가는

봄바람이 보낸 사연들

꽃 물이 묻어 향기롭고

눈 길 위 나뭇가지 위에서

겨우내 그리움으로 울던

목이 쉰 산새의 울음소리 묻은

곱게 맺힌 눈물 몇 방울

내 그리움도 반짝입니다 


말없이 흘러가며 밟은 길

모두가 푸르러 가는데

어질 머리 노랑 속으로 파고 든

산수유가 꽃 문하나 열면


바로 거기가 봄의 길목이라

다시 환한 봄볕 같은 사연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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