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지리산 뻐국새

시인묵객 2008. 6. 12. 10:05


 

 

 

 

 

 

 

 

지리산 뻐국새   /   송 수 권


 

 

여러 산봉우리에 여러 마리의 뻐꾸기가
울음 울어
때로 울음 울어
석 석삼년도 봄을 더 넘겨서야
나는 길뜬 설움에 맛이 들고
그것이 실상은 한 마리의 뻐꾹새임을
알아냈다.

 

지리산하
한 봉우리에 숨은 실제의 뻐꾹새가
한 울음을 토해 내면
뒷산 봉우리 받아넘기고
또 뒷산 봉우리 받아넘기고
그래서 여러 마리의 뻐꾹새로 울음 우는 것을
알았다.

 

지리산중
저 연연한 산봉우리들이 다 울고 나서
오래 남은 추스림 끝에
비로소 한 소리 없는 강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섬진강 섬진강
그 힘센 물줄기가
하동 쪽 남해를 흘러들어
남해군도의 여러 작은 섬을
밀어 올리는 것을.

 

봄 하룻날 그 눈물 다 슬리어서
지리산하에서 울던 한 마리 뻐꾹새 울음이
이승의 서러운 맨 마지막 빛깔로 남아
이 세석 철쭉꽃밭을 다 태우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