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바람도 그리우면 운다
시인묵객
2008. 6. 4. 00:49
바람도 그리우면 운다 / 양 애 희
저물 녘 피다만 찔레꽃 푸른 대궁을 지나
예전 그 자리 그대로 바람은 부는데
허공에 떠돌다 사라진 마음의 것들은
거적 거적 뒷 꿈치가 아프도록 사라지고 만다.
환상 같은 꿈속에서도 바람의 숲은 울었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살아가는 시간이 무엇인지
마음 한 자락 새처럼 저무는 한 여자의 고독처럼
저 바람의 숲도 그러할까.
목젖 끝에 매달려 입술 가에 맴도는 사랑
숲에 가면, 숲에 가서
가슴에 못 다한 말들이 가지 끝에 매달려
목숨 줄 안고 우수수 잎으로 놓인 걸까.
눈물겹다, 화향(花香)보다 짙은 그리움
심장에 묻고 묻다가 덮어버린 시간들
사랑하는 일은 더 아픈 꽃을 피우는 것 이라더니
내 심장 속 비망록엔 바람도 그리우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