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참 꽃/ 안도현

시인묵객 2020. 4. 28. 08:00

 

 

 

 

참 꽃 / 안도현

 

저기 오는 봄

역적같이 오는 우리 봄을 보아라

얼음 겹겹 근심 쌓인 어깨를 벗고

기를 쓰고 능선을 넘어오는 참꽃 보아라

 

긴 싸움 끝에 그 쓰린 상처 위에 그리하여

눈물짓듯 덥썩 가슴에 와 안길 듯

차랑차랑 돋아나는 우리 사랑 보아라

 

설움도 눈이 부셔 나는 노래로도

이 봄을 다 채울 수 없는데

저 맵디매운 조선처녀 보아라

 

돌이킬 수 없는 꽃 지쳐 돌아온 오늘밤

그대에게 찬란히 몸 열어

넋까지 끝내 바치고야 말

꽃 참꽃을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