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내 마음 가을 숲으로 /이해인

시인묵객 2019. 11. 16. 08:00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 /이해인

​​​

1

하늘이 맑으니 바람도 맑고

내 마음도 맑습니다.

​오랜 세월사랑으로 잘 익은 그대의 목소리가

노래로 펼쳐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가을

​한 잎 두 잎

나무 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한 잎 두 잎 익어서 떨어집니다​​.

 

2

사랑하는 이여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 올려요

쓴맛도 달게 변한 오랜 사랑을 자축해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 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