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다시 성탄절에/ 홍윤숙

시인묵객 2016. 12. 24. 08:00

 

 

 

다시 성탄절에 / 홍윤숙

 

내가 어렸을 때

12월, 성탄절은 눈이 내리고

눈길 걸어 산타할아버지 오시는 밤

 

머리맡에 양말 걸어놓고

나비잠 들면

별은 창마다 보석을 깔고

할아버지 굴뚝 타고 몰래 오셨지

 

지금은 산타할아버지 돌아가시고

그 아들 2세 산타 아들이

백화점 대문마다

승용차 타고 오시지만

 

금테 안경 번쩍이며

에스컬레이터로 오시지만

꽃무늬 포장지에 사랑의 등급 매겨

이름 높은 순서대로 배급도 하시지만

 

이런 밤

홀로 2천 년 전 그날대로 오시는

예수

어느 큰길 차도에 발묶여 계신가

길 잃고 굶주려 울고 계신가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너 어찌 나를 저버리는가

이 세상 끝에서도 잊지 못하는

내 사랑 이리 아프게 하는가

몰래몰래 숨어서

울고 계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