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 저녁에 / 김소월

시인묵객 2016. 11. 1. 08:00

 

 

 

 

가을 저녁에 / 김 소 월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 마을은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 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 놀이 잦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