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할머니의 4월 / 전영숙

시인묵객 2016. 4. 6. 08:00

할미꽃.

 

 

 

할머니의 4월 / 전 숙 영

 

시장 한 귀퉁이

변변한 돋보기 없이도

따스한 봄볕

할머니의 눈이 되어주고 있다

 

땟물 든 전대 든든히 배를 감싸고

한 올 한 올 대바늘 지나간 자리마다

품이 넓어지는 스웨터

할머니의 웃음 옴실옴실 커져만 간다

 

함지박 속 산나물이 줄지 않아도

헝클어진 백발 귀밑이 간지러워도

여전히 볕이 있는 한

바람도 할머니에게는 고마운 선물이다

 

흙 위에 누운 산나물

돌아앉아 소망이 되니

꿈을 쪼개 새 빛을 짜는 실타래

함지박엔 토실토실 보름달이 내려앉고

별무리로 살아난 눈망울

동구밖 길 밝혀준다

 

(·시인, 전북 전주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