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12월 / 오세영

시인묵객 2015. 12. 1. 08:00

 

 

 

 

12월 / 오 세 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워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환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대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