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바다여 당신은 / 이해인

시인묵객 2015. 8. 9. 08:00

영덕 강구 구계1리

 

 

 

바다여 당신은 / 이해인

 

내가 목 놓아 울고 싶은 건

가슴을 뒤흔들고 가버린

거센 파도 때문이 아니다

한 밤을 보채고도 끊이지 않는

목 쉰 바람소리 탓도 아니다.

 

스스로의 어둠을 울다

빛을 잃어버린 사랑의 어둠

죄스럽게 비좁은 나의 가슴을

커다란 웃음으로 용서하는 바다여

 

저 안개 덮인 산에서 어둡을 걷고

오늘도 나에게 노래를 다오

 

세상에 살면서도

우리는 서투른 이방인

언젠가는 모두가 쓸쓸히 부서져 갈

한 잎 외로운 혼임을

바다여 당신은 알고 있는가

 

영원한 메아리처럼 맑은 여운

어느 피안 끝에선가

종이 울고 있다.

 

어제와 오늘 사이를 가로누워

한 번도 말이 없는 묵묵한 바다여

잊어서는 아니 될

하나의 노래를 내게 다오

 

당신의 넓은 길로 걸어가면

나는 이미 슬픔을 잊은

행복한 작은 배

 

이글거리는 태양을

화산 같은 파도를 기다리는

내 가슴에 불 지르는 바다여

 

폭풍을 뚫고 가게 해 다오

돛폭이 찢기워도 떠나게 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