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유월엔 내가 / 이 해 인

시인묵객 2015. 6. 1. 06:00

 

 

 

 

6월엔 내가 / 이해인

 

 

숲 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6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 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 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버린

아카시아 꽃 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 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수녀 시인,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