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꽃은, 사랑하니까 핍니다/ 양 전 형
시인묵객
2015. 1. 17. 19:30
찔레꽃
꽃은, 사랑하니까 핍니다 / 양 전 형
꽃은
서릿발이나 칼바람 속에서도
불길 같은 땡볕 아래서도
사랑하니까 피어납니다
그대를 바라만 봐도
내 안에 웬 꽃송이들 설레며 피어올라
어쩌면 나도 꽃이려니 생각했습니다
불면의 이슥한 밤
이 하늘 아래 어디선가 잠들어 있을
그대를 생각하다
내 안에서 언뜻언뜻 향기가 나서
진정 나도 꽃이구나 느꼈습니다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그대 보이지 않고
길모퉁이를 쓸쓸히 돌아가던
그대 뒷모습이 눈에 밟혀올 때
어느 들길 어느 바닷가에 나 홀로 앉았을 때
가슴에서 눈물처럼 떨어지는 낙화를 보며
내가 왜 꽃인지를 알았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꽃입니다
꽃은, 사랑하니까 핍니다
(·시인, 제주도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