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무정한 세월을 이긴다.

시인묵객 2014. 7. 15. 19:30

 

 

 

 

 

사랑하는 사람들만 무정한 세월을 이긴다 / 나 태 주·

 

사랑하는 사람들만

무정한 세월을 이긴다

 

 

때로는 나란히 선 키 큰 나무가 되어

때로는 바위 그늘의 들꽃이 되어

또 다시 겨울이 와서

큰 산과 들이 비워진다 해도

여윈 얼굴 마주보며

빛나게 웃어라

 

두 그루 키 큰 나무의

하늘 쪽 끝머리마다

벌써 포근한 봄빛을 내려앉고

바위 그늘 속 어깨 기댄 들꽃의

땅 깊은 무릎 아래에

벌써 따뜻한 물은 흘러라

 

또 다시 겨울이 와서

세월이 무정타고 말하여져도

사랑하는 사람들만 벌써 봄 향기 속에 있으니

여윈 얼굴로도 바라보며

빛나게 웃어라

 

(시인, 1945-)